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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일랜드/일상

겨울이 온다

by 당근아빠 2020. 10. 14.

아일랜드에서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동안 지내왔지만, 겨울은 여전히 나에게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. 지내온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는 좀 적응될 만도 한데 한국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라왔던 내 몸과 마음은 겨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. 그 이유를 문득 생각해보건대 날씨 자체가 좋지 않기도 하지만, 아마도 내 마음속 간직한 아련한 한국의 겨울정취와 현재의 상황이 더욱 극명하게 비교되며 아쉬운 마음이 커지기 때문인 것 같다.

아일랜드의 날씨는 워낙 좋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특히 겨울날씨가 안 좋은 이유가 있다. 우선 해 뜨는 시간이 정말 짧아서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사방이 어두 캄캄해진다. 여기에 햇빛 없이 구름이 끼어있는 날이 많아 낮인데도 어둑어둑하다. 하루에 반이상을 마치 저녁 생활을 하는 것 같다. 몇 날 몇 주 이런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내 기분도 같이 우울해지는 건 당연지사. 여기에 비바람까지 자주 부는데, 비는 부슬부슬 하루 종일 왔다 같다 하며, 바람은 어찌나 세게 부는지 나뭇가지가 부러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건 다반사이다. 이런 날씨가 5-6개월 지속되는 겨울은 정말이지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. 

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리쉬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는게,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활동을 즐긴다는 것이다. 칡흑 같은 어둠 속에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어김없이 러닝, 사이클을 즐기며 축구, GAA 등 야외활동을 한다. 어렸을 적부터 이런 환경에 익숙하기 때문일까...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태도에 세삼 삶에 대한 깨닮을을 얻게 된다. 

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 또한 이 시즌이 되면 동네 놀이터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것이다. 여름철이면 늦은 저녁까지 놀이터나 공터에 나와 재잘거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 정말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게 된다. 마치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며 몸을 준비하는 운동선수들 처럼.

올겨울은 코로나 까지 겹쳐버렸으니, 더욱더 긴 겨울이 될꺼 같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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